'행복의 나라' 박태주가 처한 상황의 딜레마


1979년 10월 26일, 서울 중앙정보부에서 총성이 울리며 대통령이 사망했다. 이는 항쟁의 불길 속에서 독재 체제를 종식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 주체는 정권의 내부자였던 중앙정보부장과 그의 수하들이었다. 

 

2024년 8월 14일 개봉한 영화 ‘행복의 나라’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 박흥주(영화 속 이름 박태주)의 재판을 다룬다.

 

영화는 박태주가 가담한 이유를 '상관의 명령'이라 밝히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모순된 주장이다. 그는 민중을 위해 행동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그가 상황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인물로 남는다. 민주주의의 회복은 체제 전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10·26 사건은 실패한 내란으로 간주한다.

 

10·26 사건은 유신 체제의 일원들이 주도한 것이기에,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합의가 부족했다. 영화는 이러한 복잡한 역사적 사실을 단순화하여, 박태주를 '착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변호사 정인후는 그를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그리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신군부의 독재를 용인했다.

 

영화는 박태주를 구원해야 할 인물로 그리지만, 그가 진정한 민주화의 상징인지에 대한 질문은 남는다. 착한 사람의 개념이 민주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영화의 메시지는 박태주보다는 극단적 선택을 한 이선균을 떠올리게 한다.